—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
소리는 잠자코 있다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나 그거 가져도 돼? —뭐? —미래라는 말.
그러니 다른 사람들 삶에는 또 얼마나 많은 기만이 있을까?
이야기가 가장 무서워질 때는 언제인가?’ 소리가 슬픈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때.’ 그런데 채운은 지금 무서운 이야기 속에 갇혀 있는 모양이라고, 거기서 잘 빠져나오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리는 곧 채운과 만날 예정이었고,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순간 지우가 풋 하고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본 표정 중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지우와 헤어진 뒤에도 소리는 종종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다. 소리는 그저 그 미소를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바람이 어떻게 끝나는지, 혹은 어떤 시작과 다시 이어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 넌 이야기가 왜 좋은데? 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이…… 있어서? 소리가 신기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난 반댄데. —뭐가? —난 시작이 있어 좋거든. 이야기는 늘 시작되잖아.
내 첫 기억은 추락입니다. 나는 떨어졌다, 식탁에서. 내가 아기였을 때. 순간 알아버렸습니다. 세상에는 높이와 깊이가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