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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책

영혼의 집 [이사벨 아옌데]

![](https://image.yes24.com/goods/103012737/XL)

 

"소용없어. 니콜라스. 내 영혼은 아주 늙었는데, 네 영혼은 아직도 어린애야. 모르겠니? 너는 항상 어린애일 거야." 아만다가 니콜라스에게 말했다. 니콜라스와 아만다는 아무런 욕망도 없이 그저 서로 어루만지면서 변명과 추억들을 되살리며 상대방을 괴롭혔다. 그들은 벌써부터 작별의 아픔을 맛보고 있었지만, 아직도 화해하는 건지 작별하는 건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도 미지 의 세계를 두려워한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것일 뿐,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죽음은 탄생과 같은 거야. 그냥 옮겨가는 것일 뿐이지."

오랜 세월 클라라를 내 마음대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 에 나는 클라라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우리 모두 나이 가 들면서 변하듯 아내도 변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 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체중이 줄어서 더 커 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클라라가 더 자란 거라고 생각 했지만, 곧 내가 쭈그러들어서 생긴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옛날에는 아내 곁에 있으면 내가 거인 같다는 느 낌이 들었지만. 그때 침대 위 아내의 옆에 눕자 우리의 키 가 거의 비슷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했을 무렵 나를 그토록 매혹시켰던, 숱이 많아 어지럽게 헝클어진 곱슬머 리 그대로였다. 하지만 잠든 얼굴 위로 반짝이는 흰 머리 카락 몇 올 때문에 훨씬 부드러워 보였다.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얼굴이 아주 창백해 보였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클라라의 입술과 이마 주변으로 아주 곱고 미 세한 주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차가웠지만 평소처럼 상냥한 여인이었다. 나는 클라라 에게 가만히 말도 걸어보고, 어루만져 보기도 했다. 그러 다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피곤에 지쳐 얼마간 잠을 자기 도 했다. 클라라가 죽었다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도 우리 의 재결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우리는 화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