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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2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 소리는 잠자코 있다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나 그거 가져도 돼? —뭐? —미래라는 말. 그러니 다른 사람들 삶에는 또 얼마나 많은 기만이 있을까? 이야기가 가장 무서워질 때는 언제인가?’ 소리가 슬픈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때.’ 그런데 채운은 지금 무서운 이야기 속에 갇혀 있는 모양이라고, 거기서 잘 빠져나오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리는 곧 채운과 만날 예정이었고,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순간 지우가 풋 하고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본 표정 중 가장 밝은 얼굴이었다. 지우와 헤어진 뒤에도 소리는 종종 그 미소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막 엄청난 사랑에 빠졌거나 한 건 아니었다. 소리는 그저 그 .. 2024. 11. 24.
[김애란] 비행운 비행운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7.16 상세보기 곧이어 내가 살아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나는 차 소리가 싫었다. 하지만 온몸으로 그 소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매일매일 도시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그것은 내 표정과 말투, 내장의 질서를 바꾸어놓았다. 겨울밤이다. 별 없이 맑은 밤. 말짱한 서울의 밤. 바람은 자기 몸에서 나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노인처럼 주춤거리며, 저도 모르게 물컹해져, 저도 모르는 봄 비린내를 풍기고 있다. 입춘까지는 보름이나 남았지만, .. 2019.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