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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책

동경 [김화진]

 

p40

나도 내 마음을, 말로 꺼내놓고야 알 수 있었다. 이제야 혼 자 힘으로 해낸 것이 있는데, 그걸 걷어차고 또 다른 곳으로 탈주 하려는 마음이 스스로도 버거웠던 것이다. 뭔 가를 좋아 하고 또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렇게나 무겁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 마음이 나를 짓눌러 아침마다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이마저 변명 같지만. 하던 일이나 잘하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고 남들도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선배 가 꿰뚫어보고 미워할 것 같았다. 아름이 성실하고 괜찮은 앤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 하고 점점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p67

나는 내가 가장 못났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두려웠다. 엄마를 비롯한 과거의 사람들이. 가장 못났을 때 가장 사랑받 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아주 드물고,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나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주 많이 노 력해야 하는 편에 가까웠다. 나는 내가 가장 못났을 때 못난 만큼 미움받았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엔 그랬다.

 

p74

가끔 약에도 체해. 그럴 때 있잖아. 선의에도 걸려 넘어지잖 아.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다 알겠어. 우린 겨우 서른 언저리 잖아.

 

p112

그런데 말이야. 마음에 있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말 을 못해도 있는 마음 같은 게 있어. 그 마음을 아는 사람도 있 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 알아도 말하지 못하고 몰라도 비슷한 걸 말해버리는 사람도 있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느끼는 건 진 짜야.

 

p126

아름, 재능은 그런 한 단어가 아니고 그 속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포함된 단어인데, 네가 만난 사람들과 네가 다한 열 심도 거기 들어가.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인가에 실패했다 해 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니야. 네가 바라는 성공에 필요한 재능이 없는 거지. 다른 여러 재능은 있을 거야. 그래서 재능은 항상 사후적일 거야. 되고 나야 그런저런 재능이 있었군, 하고 평가 할 수 있거든.

 

p157

나는••••• 싫은 게 참 많네. 그리고 이런 자신의 들쭉날쭉 한 마음, 언제 어디서 뾰족하게 솟을지 모를 공격성을 두 사람 이 모를 리 없다고,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시선을 피하게 했다면 그 이전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간 말이, 순하지 않게 바라본 눈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